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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레이 아래에서

“내가 자다가 죽었다고 하면, 작품에 깔린 것은 아닌지 의심하시오.” 엘턴 존, 맞다, 그 가수 엘턴 존. 사진 컬렉터로도 명성이 자자한 그는 “매일 만 레이의 사진 아래에서 잠든다”고 말한다. 명백한 사실이지만 핵심 하나를 놓친 말이기도 하다. 정확히 말하면, 그는 만 레이의 사진뿐 아니라 거의 사진의 역사 아래에서 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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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_bar.jpg Nude / 1936 / Edward Weston 1886-1958 / Photograph, gelatin silver print on paper / 241×191mm /  The Sir Elton John Photography Collection / © 1981 Center for Creative Photography, Arizona Board of Regents

 

조지 마이클의 타계로 어수선하던 지난해 크리스마스 저녁. 애도의 메시지가 빗 발치던 SNS에 흑백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1985년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Live Aid’ 콘서트 현장 사진이었다. 다이애나 스펜서, 데이비드 보위, 조지 마이클, 엘턴 존이 나란히 앉아 공연을 관람하고 있었고, 해당 사진을 올린 이는 별난 감 상에 젖어 있었다. “설마 다이애나비, 데이비드 보위, 조지 마이클보다 엘턴 존이 오래 살 줄이야….” 남의 장례식에 와서 친척 결혼식 이야기하는 사람처럼 좀 엉 뚱해 보이기는 했으나, 수긍이 가는 말이기는 했다. 위태로워 보이는 스타로 따지 면 1980년대 말의 엘턴 존만 한 인물이 없었으니까. 심각한 마약중독 증세에 폭식 증, 대인기피증, 동성애에 대한 갖은 추문, 타블로이드지와의 대규모 소송, 이혼 에 이르기까지 도무지 제대로 돌아가는 일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1989년 자신의 집에 있는 물건 2000여 개를 한꺼번에 소더비에 내다 팔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그가 드디어 미쳤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11월 업로드된 런던 테이트 모던 미술관과의 인터뷰에서도 그는 1989년 이야기부터 꺼냈다. 익히 알려졌듯, 그는 재산을 몽땅 팔고 6개월 뒤 기적적으로 마약을 끊었다. 그리고 그가 당시를 되짚은 것은 그 과정에서 혁혁했던 ‘사진’의 공로를 말하기 위해서였다. “사진 컬렉팅을 정식으로 시작한 이후로는 득달같이 달려들었어요. 애틀랜타로 이사해 1만8천 제곱피트(약 1672㎡) 넓이의 아파트를 샀죠. 벽에 작품들을 걸어야 하니까. 그때부터 사진은 내 생의 사랑(Love of my life)이 된 거예요.” 인터뷰 영상 속에서 그의 집은 모든 벽면이 사진 작품으로 빼 곡했다.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정말 최종 단계까지 오른 테트리스 게임처럼 작품 이 켜켜이 메워져 있었다. 침대 위에도 포토그래퍼 만 레이의 작품들을 걸어놓았 는데, 그의 표현으로 바꿔 말하면 그건 “만 레이의 작품 밑에서 잠드는 것”이라 했 다. 그는 아디다스 트랙 톱 차림으로 집 안 곳곳을 휘저으며 작품을 소개했고, 그 목소리는 젊은 날 15년여를 마약에 빠져 허비한 일흔 살 늙은이라고는 믿기지 않 을 정도로 맑고 또렷했다. 그는 지난 25년간 총 8000여 점의 사진 작품을 구입한 세계 최고 반열의 사진 컬 렉터다. 양만 방대한 것이 아니다. 안드레 케르테스, 만 레이, 워커 에번스, 어빙 펜 등 역사적으로 중요한 포토그래퍼의 작품을 대거 보유하고 있다. 런던 테이트 모 던 미술관은 그의 컬렉션 중 1920~1950년대 제작된 작품만 모아 소개하는 전시 <The Radical Eye: Modernist photography from the sir Elton John collection>을 기획했고, 올해 5월까지 진행한다. 전시 기간 동안 엘턴 존은 만 레이의 작품 아래 에서 잠들 수 없을 테지만, 물론 의기소침해하지는 않았다. 외려 기대에 가득 차 있었을 뿐. “이를테면 1990년대의 저처럼 사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 안드레 케르테스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그녀의 작품을 보고 말하는 거죠. ‘이 사진 정말 좋은데?’ 하고요. 그런 상상을 하면 들뜨게 되죠. 이렇게 오래 전 촬영된 사진들이 아직까지도 사람들에게 강렬한 외침을 들려준다는 것, 그런 사실이 참 흥분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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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_bar.jpg Christ or Chaos? / 1946 / Walker Evans 1903-1975 / Photograph, gelatin silver print on paper / 222×203mm / The Sir Elton John Photography Collection / © Walker Evans Archives,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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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_bar.jpg Patricia, New York / c. 1942 / Josef Breitenbach 1896-1984 / Photograph; Bromoil transfer print on gelatin silver paper / 343×257mm / The Sir Elton John Photography Collection / Copyright Josef and Yaye Breitenbach Charitable Foundation, Courtesy Gitterman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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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_bar.jpg Bandolier, Corn and Sickle / 1927 / Tina Modotti 18961942 / Photograph, gelatin silver print on postcard stock / 95×79mm / The Sir Elton John Photography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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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_bar.jpg Igor Stravinsky / 1935 / Edward Weston 1886-1958 / Photograph, gelatin silver print on paper / 117×92mm / The Sir Elton John Photography Collection / © 1981 Center for Creative Photography, Arizona Board of Regents

 

 

사진 제공 Tate Modern Gallery(tate.org.uk) / ©Topic


 에디터 오성윤

출처 루엘 2017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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