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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동굴이 필요해

혼자서도 잘 노는 11명의 남자에게 물었다. 집과 일터로부터 떨어진 남자의 방, 이른바 맨케이브(Man Cave)가 생긴다면 반드시 가져다 놓을 물건 세 가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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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_bar.jpg 영혼의 배터리 충전소 박경화(박경화한복 대표)

“디자인 작업으로 소모된 에너지를 채워줄 충전소가 필요하다. 아무 생각 없이 쉬거나 다른 생각이 들지 않도록 무언가에 정신을 팔 수 있는.”


수바시 앤티크 카펫 썰렁한 공간에 온기를 더해줄 수바시(Subasi) 터키시 앤티크 카펫. 야마하 그랜드피아노 CFX 몇 년 전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감수성의 폭이 한결 넓어진 느낌. 에로 사리넨 웜체어 의자는 착좌감이 중요하므로 현재 사용 중인 것으로 선택. 1948년 건축가 에로 사리넨(Eero Saarinen)이 디자인한 웜체어(Womb Chair). 책 볼 때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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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_bar.jpg 아톰을 위한 명상 허명욱(작가)

“5~10평 규모의 소규모 갤러리에 대한 로망이 있다. 그런 공간이 집 안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 작품 몇 점 가져다 두고 고요히 바라볼 수 있는 명상의 방으로 꾸미고 싶다.”


허명욱 ‘아톰’ 내 작품인 ‘아톰’ 시리즈를 스무 점 정도 세워 두고, 아침마다 멍 때리듯 바라보며 좋은 기운을 얻고 싶다. 이렇게 뒷모습이 보이도록 돌려놓는 것이 포인트. 그날의 기분에 따라 아톰의 얼굴을 달리 상상해보는 재미가 있다.  1970~1980년대 학교 의자 7~8세 때 정서를 떠올리며 작업한 ‘아톰’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이 의자가 꼭 필요하다. 일렉트라 수동 커피 머신 일렉트라(Elektra)사의 앤티크한 기계로 커피까지 내려 마신다면 그야말로 게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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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_bar.jpg 친애하는 사물들의 방 루이스박(공간 디렉터, 카페 겸 복합 문화 공간 ‘식물’ 대표)

“인연이란 것이 꼭 사람과 사람 사이에만 존재할까? 일상의 오브제가 우연히 누군가를 만나고, 새로운 기능을 부여받고, 시간이 흘러 또 다른 운명을 맞이하는 것. 이것이 요즘 내 최대 관심사다. 나와 인연이 각별한 사물들을 위한 보금자리로 꾸미고 싶다.”


빈티지 화병 동묘 벼룩시장에서 구입.   이반 핀카바 <Heroes> 프라하 출장 중 우연히 체코 출신 사진가 이반 핀카바(Ivan Pinkava)의 전시를 보게 됐는데 그때 구입한 책이다. 내 삶의 큰 전환점이 된 포트레이트 사진집. 온몸에 칼로 자해한 흔적이 있는 사람, 배에 커다란 수술 자국이 있는 사람, 주근깨가 심하게 많은 사람 등 사회로부터 소외된 일반인들의 초상이 아름답게 실려 있다. 빈티지 라디오 집에 TV가 없다. 대신 아침에 눈을 뜨면 라디오를 켜고 음악을 듣는다. 그러니까 어느 공간이든 라디오는 꼭 필요하다. 런던에서 구입한 핑크색 빈티지 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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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_bar.jpg 감정 교육 정호진(쿠튀리에, 핸드크래프트 브랜드 ‘Paus’ 디자이너)

“집과 작업실을 구분하지 않고 사는 나에게는 일터가 곧 쉼터이기고, 쉼터가 곧 놀이터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일터와 쉼터와 놀이터를 겸한 동굴을 꿈꿀 수밖에 없는데, 일에 대한 욕심과 쉼에 대한 판타지가 섞이다 보니 이처럼 기묘한 조합의 물건들이 나오고 말았다.”
 

오승열 ‘Mal Dalg’ 친구가 운영하는 포스트 포에틱스 사무실에 놀러 갔다가 거대한 몸집에 어울리지 않게 귀여움을 뽐내고 있는 이 녀석을 발견했다. 갤러리가 아닌 사무실에서 다른 물건들과 어색하지 않게 어우러진 모습이 소장 욕구를 자극했다. 훗날 오승열 작가를 만나 두어 차례 팬심을 털어놓았지만 작품 가격은 차마 묻지 못했다. 언젠가 반드시 데려오리라. 크로아티아어 사전 좁은 취업문을 뚫기 위함이 아닌, 오직 나의 품위 있는 삶을 위해 새로운 언어 하나쯤 익혀두고 싶다. 이왕이면 여러 나라에서 두루 사용할 수 있는, 그리고 내가 가장 존경하는 과학자인 니콜라 테슬라의 나라인 크로아티아 언어를! 지류함 지류함에 대한 판타지가 있다. 충무로의 인쇄 공장에서 오랫동안 썼을 법한, 세월의 더께가 쌓인 지류함 말이다. 파리 에르메스에서 일하던 시절 사용하던 작업 테이블도 이와 비슷했다. 원단과 안감과 심지와 부자재가 칸칸이 정리되어 있는, 열 때마다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는 꿈의 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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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_bar.jpg 동굴의 본령, 음악 감상실 김광현(<재즈피플> 편집장)

“현재 잡지사 사무실 중 한 공간을 음악 감상실로 사용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기혼자가 방 하나를 통째 그런 용도로 쓴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능력이 된다면 집과 조금 떨어진 곳에 완벽한 방음 시설을 갖춘 음악 감상실을 마련하고 싶다.”


펠트마크 무선 간접조명 다가가면 켜지고 지나가면 알아서 꺼지는 펠트마크(Feltmark)의 무선 간접조명. 자석으로 벽에 부착할 수 있어 편하다. 방음벽에 못질하면 안 되니까. 허비 행콕 <Maiden Voyage> 한정판 LP 가져다 두고 싶은 음반이야 많지만 그중 특히 아끼는 것을 꼽자면 이것. JBL 4344 스피커 한 시대를 풍미한 JBL의 명기.

 

 


에디터 강보라

포토그래퍼 신규식

일러스트레이터 김란

출처 루엘 2017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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