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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BERGE BY MOORMANN

“네가 산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너는 산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해발 1669미터 알프스 산 기슭에 위치한 베르게(Berge)를 소개하는 첫 문장은 이렇다. 앞의 산은 ‘Mountain’, 뒤의 산은 ‘Berge’, 독일어로 베르게는 ‘산’을 뜻하는 말이니, 이런 아이러니한 문장이 나왔다. 베르게라는 기묘한 산장에서 온 초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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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동네 빵집으로 쓰이던 건축물을 게스트하우스로 바꾸는 작업은 3년에 걸 쳐 신중하게 진행되었고, 가구는 물론이고 접시 하나까지 무어만식으로 디자 인했다. 3 공동으로 사용하는 다이닝 공간과 라이브러리. 1989년 악셀 쿠퍼 스(Axel Kufus)가 디자인하고 무어만에서 출시한 FNP 선반 시스템으로 가 변적인 공간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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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닐스 홀거 무어만은 젊은 시절, 법학도고 변호사가 되는 것이 수순이었 지만 어느 날, 이탈리아 출신의 건축가를 우연히 만났고 강력한 끌림을 느꼈다. 사업 자금 마련을 위해 트럭 운전 기사와 우체국 직원으로 일했고, 오랜 시간 이 지난 후 아사우 마을에 정착해 가구를 만들기 시작했다. 자신의 이름을 딴 ‘NHM’이라는 회사를 변덕스러운 가구 디자인계에서 20년 넘게 이끌며 여전 히 주목을 받고 있으며, 2006년부터는 베르게 게스트하우스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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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캄펜와트 산 정상 과 언덕, 호수가 펼쳐지는 풍광 속에서 휴식할 수 있도록 소파와 작은 테이블, 의자 등을 사려 깊게 배치했다. 2~4 <Moormann’s Kammerspiel> 시리즈 에서 ‘Kammerspiel’은 실내극을 상연하는 소극장을 뜻한다. 작가, 스포츠맨, 패션 디자이너, 주부 등 각자의 필요에 따른 공간을 한 피스로 된 모듈 디자인 으로 제공한다. ‘Living in a Small Space’라는 슬로건으로 닐스 홀거 무어만 이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다. 

 

아일랜드 출신의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명언을 많이 남 겼다. 정확하게는, 툭툭 내던진 말을 후대 사람들이 사리에 맞는 훌륭한 문장이라 칭송했고 점차 알려졌다. “나이 드는 게 비극적인 이유는 사실은 우리가 젊기 때문이다”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 한, 남자는 여자와 언제나 행복할 수 있다”. 아포리즘의 대가답게 폐부까지 와 닿는 문장이 많은데 그 중 제일은 이 문장이 아닌가 싶다. “삶의 첫 번째 의무는 가 능한 한 예술적인 삶을 사는 것이다. 두 번째 의무가 무엇인 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예술적인 삶이 무엇인지 아직 모 른다. 다만, 예술적인 삶을 살다 그 자체로 예술이 된 몇몇 을 안다. 90세, 100세가 되도록 명료한 의식을 가지고 건 강하게 살다 자유의지로 세상을 떠난 스콧 니어링 부부, “ 북구의 차가운 조용함 속에서 한 손에 도끼를 든 채 시를 썼 던” 올라브 하우게, 그리고 현존하는 인물로 닐스 홀거 무어 만(Nils Holger Moormann)을 꼽고 싶다. 닐스 홀거 무어만은 ‘무어만’이라는 가구 브랜드를 만들었 다. 콘스탄틴 그리치치, 다카시 사토, 패트릭 프레이 등이 무명의 젊은 디자이너을 때 ‘무어만’과 함께 작업해 유명 세를 탔다. 한국에서는 인엔이 6년 전 처음 소개했고, 독점 판매 중이다. 인엔 이지영 대표와 대화를 나누다 무어만에 서 운하는 게스트하우스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인엔의 팀장이 한번 다녀왔는데, 정말 무어만의 유니크한 철학이 곳곳에 묻어 있는 독특한 곳이에요.” 무어만은 독일 남부 바 이에른 지방에서도 가장 남쪽, 아샤우(Aschau)라는 작은 마을에 위치해 있다. 구글 지도로 보니, 오스트리아라 해도 좋을 만큼 국경과 근접한 알프스 산자락이다. 이 외진 산자 락에 디자인과 생산, 유통, 홍보까지 자체적으로 하는 가구 회사가 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그들은 배짱 좋게 게스트하 우스까지 만들었다. 닐스 홀거 무어만이 등장하는 영상을 유튜브에서 간신히 찾았다. 4년 전, 독일 방송국에서 제작 한 영상으로 닐스 홀거 무어만은 자신의 오피스에 앉아 무어만의 운영 철학을 이야기했다. 은둔형 괴짜로 알려져 백 발의 말없는 디자이너 이미지를 떠올렸는데, 190센티미터 는 되어 보이는 훌쩍 큰 키에 뚱뚱하지도 마르지도 않은 적 당한 체격의 소유자다. 청바지와 셔츠, 카디건 차림에 짧은 머리의 사내는 말투가 시니컬했지만, 웃음기 없는 문장을 거침없이 이어갔다. “내 이름은 닐스 홀거 무어만이고, 58 세다. 가구를 만들고, 작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한다. 이름 은 베르게다.” 외부와 단절된 공간을 일종의 ‘은둔형 마케 팅’으로 사용하는 이들도 있지만 닐스 홀거 무어만은 그의 영혼이 이끄는 삶을 살 뿐이고, 운동화 끈을 조여 매고 해 발 1669미터 높이의 집으로 향하는 행렬은 가구로, 공간 으로, 그가 제안하는 삶의 방식에 매료된 이들이다. 베르게 는 닐스 홀거 무어만에게도 특별하다. 애초에 그가 계획한 인생 지도에 없었다. 어느 순간 찾아들었고, 그것은 점차 인 생 지도에서 마지막 퍼즐과 같은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2003년, 회사 창고를 짓기 위해 토지를 구입했고 부지에 아주 상태가 불량한 건물 한 채가 있었다. 1671년에 지어 진, 한때는 누군가의 집이었고 한때는 동네 빵집이었던 건 물이다. 무너져 내린 곳곳에는 전쟁의 흔적도 있었다. 리노 베이션은 3년에 걸쳐 신중하게 진행됐다. 층층이 싸인 역사적 시간을 노출하기 위해 과거의 자료를 찾았고, 각 시대 에 맞는 재료를 찾아 복원했다. 게스트하우스와 200미터 거 리에 위치한 무어만 회사의 디자이너들은 현대적이면서 과 거의 시간이 존재하는 공간을 만들어갔다. 단단한 나무와 강 철, 거대한 석조물과 투명한 유리 등 평온함이 느껴지는 아 늑한 분위기를 희생하지 않으며 현대적인 건축 요소를 배치 시켰다. 16개의 객실은 ‘Sommerloch(Summer Break), ‘Bergebude(Mountain Den), ‘K3’처럼 각기 다른 이름을 붙다. “거의 부서져 재기 불능의 집처럼 보지만 동시에 옛 구조물들의 흔적을 보았다. 우리가 선보여온 가구와 삶의 방식을 실체화하면 어떨까. 나는 호텔에 가지 않는다. 필요 하면 캠핑카에 묵는다. 호텔방에 들어가면 초콜릿과 나를 환 하는 메시지가 있는데 과도한 친절과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다. 이곳에서는 사치스러운 경험을 할 수 없다. 그보다 더 높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동료와 나는 아직도 이 곳을 디자인하고, 여전히 실수를 반복한다. 베르게를 다듬 어가는 것은 내 인생에서 가장 흥미로운 일이다.”

파인 다이닝과 넓은 수장, 150개의 TV채널, 무제한 와이 파이와 잠시 이별해야 하지만,  당신을 둘러싼 모든 오브제 하나하나는 무어만식으로 세심하게 디자인된 것들이다. 모든 방에는 작지만 스마트한 주방을 두어 게스트 스스로 요 리하게 만든다. 요리를 원치 않으면 셰프와 대화를 나누면 된다. 콘퍼런스나 파티를 위한 요리를 주문할 수 있고, 요리 는 산지에서 나는 제철 재료로 만든다. 각 방에는 TV 대신 라이브러리가 있다. 소설광인 닐스 홀거 무어만은 평화로운 풍경을 바라보며 책 읽은 시간을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 간이라 여긴다. 창 밖으로 캄펜와트 산 정상과 언덕, 호수가 펼쳐지는 풍광 속에서 이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침대와 옷장, 책장과 테이블, 의자는 모두 무어만의 가구이 고, 각 방의 크기와 구조에 따라 맞춤 가구를 제작하기도 했 다. 나뭇가지에 백열전구를 달아 만든 조명을 응접실 공간 에 매달기도 하고, 이불과 베개 커버, 식기와 테이블웨어까 지 모든 요소를 일일이 디자인하고 만든다. 객실의 창문을 세 번이나 바꿀 정도로 집요한 면이 있는데, 그들이 생각하 는 미감에 도달하기 위해서다. “얼마 전 동료 한 명이 뜨개 질실을 담는 작은 볼을 디자인했다. 매우 좋은 아이디어다. 생각을 스톱하는 시간을 줄 수 있으니까. 모든 물건은 잘 잉 태되고 독특해야 한다. 라이브러리, 주방, 사교 활동이 이루 어지는 공동 공간은 요새 같은 각자의 방보다 훨씬 멋있게 단장했다. 밖으로 나와 대화하길 바란다. 세계 각지에서 온 그들과의 만남은 내게도 커다란 영감을 준다.” 베르게 게스 트하우스는 숙소를 예약해주는 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에 서 찾을 수 없다. 오로지 무어만 홈페이지에서 예약할 수 있 다. 머물 수 있는 최소 단위는 이틀로, 8월의 경우 7일 이상 머물러야 예약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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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Nils Holger Moormann GmbH(www.moormann.de)


EDITOR  KIM MAN NA
출처 헤리티지뮤인 2017년 7월호
본 기사를 블로그, 개인홈페이지 등에 출처를 밝히지 않거나 기사를 재편집하여 올릴 경우 발생되는 불이익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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