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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 ART

젊음 없이도 작가

국공립 미술관과 대형 갤러리 등 유명 미술 공간에서 최근 진행되는 몇몇 전시에서 공통점을 발견했다. 젊은 작가들에게서 ‘젊은’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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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제갤러리 <스노우 플레이크>, 박정혜, No desert & no cry (#2), 2017, 리넨에 아크릴, 162.2x 130cm.  2 국립현대미술관 <불 확정성의 원리>에서 선보인 권하윤 작가의 ‘새 여인’을 체험하는 모습. 3 국립 현대미술관 <불확정성의 원리>, 권하윤, 새[鳥] 여인, 2017, 가상현실 설치, 가 변크기.
 

늘 그렇듯 새로운 것에 대한 목마름이 있다. 미술계도 그렇 다. 최근 다양한 미술공간에서 신진 작가가 중심인 그룹전이 진행되고 있다. 금호미술관의 <빈 페이지> 전, 국제갤러리 의 <스노우 플레이크> 전, 국립현대미술관의 <불확정성의 원리> 전까지 모두 1980년대 태어난 우리나라 작가가 주축 인 전시들이다. 보통 젊은 작가들의 전시에는 ‘젊은’, ‘신인’, ‘ 지원’이라는 단어가 붙어 있는데 이번에는 기획적인 면을 좀 더 강조하는 듯하다. 그 중심에는 기획자가 있다. 전시를 관 람하면 작가들이 주로 사용하는 매체가 미디어이거나 미디 어를 기반으로 한 설치 미술이라는 것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다. 가상현실 기기나 모션 인식 등 최신 기술을 이용하고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이미지를 수집하는 방식을 택하기도 한다. 온라인 속, 현실 속 사회화 현상에 대해서도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전시 공간들이 국공립 미술 관과 상업 미술관, 대형 갤러리라는 점이다. 젊은 작가들이 주로 활동하는 무대가 대안 공간이나 소규모 갤러리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번 전시의 의도가 궁금해진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되는 <불확정성의 원리>는 하이 젠베르크의 양자물리학 이론인 ‘불확정성 원리’에 착안한 전 시다. ‘하나를 측정하는 동안 다른 하나가 변화하기 때문에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 론의 골자다. 전시 기획자와 작가들은 끊임없이 변하는 역사 와 작가의 기억, 그리고 작품을 만드는 행위에 대해 고민한 다. 권하윤(1981) 작가는 개인 또는 집단적 기억에서 무엇 이 정확한 것인지 묻는다. 그는 과거의 기억을 회상하는 방 식으로 가상현실(VR) 기기를 사용한다. 관객은 기기를 쓰고 작가의 기억, 어쩌면 상상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야기는 프랑스에 계시는 한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 작은 기억을 재 구성한다. 관객은 움직임에 따라 과거의 시간과 공간의 변 화를 체험해볼 수 있다. VR 속 영상들은 애니메이션 기법으 로 그렸는데, 기억처럼 물체는 흐릿하게 묘사됐고 관객의 움 직임에 따라 사라지기도 한다. 새로운 시공간의 경험을 제 공하고 실제 공간과 가상 공간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실 험적 작품이다. 국제 갤러리에서 진행하는 그룹전 <스노우 플레이크>에는 김익현, 최윤, 박정혜, 이미래 등 네 명의 작 가가 참여한다. <스노우 플레이크>는 국의 수학자이자 대 중과학 저술가 이언 스튜어트의 대표작 <눈송이는 어떤 모 양일까?(What Shape is a Snowflake?)>라는 책에서 출발 한다. 책은 눈송이의 형태를 분석하는 것에서 나아가 다양 한 구조의 실체를 통해 근본적으로 “눈송이는 그래서 눈송 이 모양이다”라는 철학적인 결론을 내린다. 전시에 참여하는 젊은 작가들은 경험과 관찰을 통해 그들의 세대를 반영하 는 작품을 소개한다. 현시원 큐레이터는 동시대 젊은 작가들 이 ‘세계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나아가 그들이 ‘바라보고 있 는 대상이 과연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은 어떤 모양인가’를 세하게 표현할 것이라고 한다. 김익현(1985) 작가는 스마 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모아 작업으로 표현한다. 작가는 빛 이 화면에 남는 이 사진의 역할을 ‘실증적 아카이브’라고 말 한다. 구체적인 사건을 통해 현실을 나타내는 사고 체계를 실증적으로 탐구하여 결국 무엇이 존재하고, 무엇이 보이는 가, 혹은 보이지 않는가라는 근본에 이른다. 최윤(1989) 작 가는 2010년 사람들이 끝없이 찍어대는 디지털 사진으로 설치 작품을 선보다. 작가는 현실 세계의 과거와 온라인 이 만나는 한 지점을 표현하기 위해 렌티큘러(입체 그림) 이 미지를 선보인다. 이미래(1988)는 조각의 물성과 재료, 움 직이는 방식의 동기를 탐구하고 표현하는 작업을 한다. 작가 는 조각에 에너지가 있고, 역동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힘 은 휘발되기도 한다. 금호갤러리의 <빈 페이지> 전은 만져지지 않는 재료와 공간이 중심이 되는 작품들을 모았다. 전시 기획처럼 작품은 다소 추상적이지만, 어떤 서사를 담으려 한 노력이 보인다. 서사를 담는 방법의 하나로 미디어아트와 영상을 선보인 작 가가 많다. 박여주(1982)는 미술관 1층 로비 입구 유리문에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인 〈트와일라잇 존 Ⅲ〉를 선보다. 해 가 진 뒤 낮과 밤 사이의 시간을 의미하는 ‘트와일라잇’을 표 현했다. 다른 시간과 공간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 키는 작품은 ‘유리창(문)’을 이용해 관객에게 내부와 외부 를 인지하게 하고 더불어 그 경계를 지각하게 한다. 박재영 (1981) 작가의 작품은 관객의 능동적 추리를 유도한다. 문 을 설치해 문틈 사이로 빛과 그림자가 새어나오게 한다. 간 혹 부딪히는 소리와 바람도 새어나온다. 피부로 감지되고 추 측되는 요소들로 관객이 상상을 시작한다. 관람자가 직접 서 사를 구성하고 직조하는 역할로 작업에 개입하기를 바란다. 문준용(1982)은 동작 인식 기술을 이용한 작품을 선보인다. 관객이 양팔을 벌려 날갯짓하듯 움직이면 스크린에 이미지 가 드로잉되는 작품이다. 이 이미지는 비행의 궤적을 따라갈 뿐만 아니라 양팔의 너비에 따라 그려지는 속도가 빨라지거 나 느려지고, 각도에 따라서도 방향이 바뀌어 비행의 궤도가 완만하거나 가팔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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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금호미술관 <빈 페이지>, 박여주, 불안한 여행, 2015, 아크릴유리, 물푸레나 무, 형광등, 가변크기. 2 금호미술관 <빈 페이지>, 박여주_트와일라잇 존 lll, 2017, 창에 래디언트 라이트 필름, 가변크기. 3 금호미술관 <빈 페이지>, 문 준용, 비행, 2017, 빔 프로젝터, 키넥트 센서, 사운드, 컴퓨터, 맞춤형 소프트 웨어(유니티), 가변크기
 

금호미술관 김윤옥 큐레이터는 최근 신인 작가의 경향에 대해 말한다. 금호갤러리는 매년 영 아티스트를 선발하고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최근 대학을 갓 졸업한 20~30대 작가들이 회화로 복귀하는 조짐이 보인다고 말한 다. 미디어가 주를 이루는 이번 전시는 오래전부터 기획했 고, 금호미술관은 회화 전시에 어울린다는 평이 많아 이미지 를 바꾸기 위해 기획했다. 국제갤러리의 큐레이팅을 맡은 현 시원은 독립전시공간 시청각(Audio Visual Pavilion)을 운영 한다. 필연적으로 젊은 작가들과 작업할 기회가 많다. 큐 레이터는 현대 젊은(나이가 어린 작가를 포함해 신선하고 흥미로운 작업을 선보이는) 작가들이 기획자나 평론가들 눈 에 더 많이 띄길 바란다. 작가의 생각이나 사상을 보여줄 수 있는 작가들에게 늘 주목하고 있고, 그런 작가들을 중심으로 전시를 기획했다. 그리고 이런 작가들이 회자될 수 있는 공 간과 제도, 플랫폼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국제갤러리는 지 난 2013년 <기울어진 각운들> 전을 시작으로 발전 가능성 있는 신진 작가를 육성하고, 이들의 적극적인 활동을 장려하 는 기획전을 열고 있다. 그 일환으로 올해에는 현시원 큐레 이터가 기획을 맡았다. 국립 현대미술관 박덕선 학예연구사 가 기획한 이번 전시는 국공립미술관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 게 한다. 창작 지원은 공적인 영역이고, 문화 생산이라는 관점에서 국민이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국립미 술관의 역할이다. 미술 작품에 대한 대중의 수요가 높아지면 서 상업 갤러리는 투자 개념으로 작가를 지원해야 할 필요가 있고 데뷔시킨 후에도 지속적으로 매니지먼트와 마케팅을 해 명성과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맡는다. 시상, 레지던시, 창 작 공간 제공, 무료 대관 등의 기본적인 지원은 어디까지나 ‘ 젊은’이라는 타이틀 아래 이뤄진 인큐베이팅 개념이었다. 유 명 미술 공간(앞서 말한 갤러리와 미술관을 통칭)에서는 말 그대로 유명한 작가들, 흔히 거장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전 시나 해외 작가의 전시가 주를 이뤘다. 경력보다는 온전히 작업만으로 평가받아야 하는 작가에게는‘보이지 않는 벽’이 있었다. 유명 미술 공간은 몸집이 큰 만큼 예술 분야에서 일 정한 책임이 있다. 그중 하나가 창작 지원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에도 꾸준히 창작을 지원했지만, 이렇게 안방을 내준 적 이 있었던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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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LEE SUK CHANG
출처 헤리티지뮤인 2017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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