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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TECTURE

사람이 사는 집

런던의 복합예술센터인 바비칸 센터에서 <일본주택: 1945년 이후의 건축과 삶>전이 열리고 있다. 전후 일본의 주택이 어떻게 변화했고, 일본 건축가들이 사람과 집의 관계, 삶의 형태를 어떻게 설계했는지 체험하는 전시다. 아파트와 빌라라는 이 두 주거 형태에 지배되는 우리가 눈여겨볼 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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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Office of Ryue Nishizawa ‘Moriyama House’, 2005 Ⓒ Takashi Homma. 2 <The Japanese House: Architecture and Life after 1945> Installation View, Barbican Art Gallery, Photo by Miles Willis / Getty Images. 3 Antonin Raymond ‘Raymond House and Studio in Azabu’, 1951 Ⓒ Osamu Murai, Courtesy Koichi Kitazawa. 4 <The Japanese House: Architecture and Life after 1945> Installation View, Barbican Art Gallery, Photo by Miles Willis / Getty Images.

 

서울이라는 도시를 설명해주는 건축 형태는 빌딩과 아파트 다. 넓은 평야와 강남과 강북을 가로지르는 한강, 산이 도 시의 사방을 둘러싼 독특한 자연 환경을 가지고 있으면서 도 이런 특성을 잘 살리지 못했다. 정부나 기업이 주도해 시 민의 주거를 결정짓는 하향식 도시설계의 이면이다. 하지 만 전후 복구와 한강의 기적, IT 강국을 거치면서 우리의 삶 은 빠르게 변했다. 서울이 아시아의 트렌드를 이끄는 도시 로 변모했고, 그에 따라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이 확산됐다. 당연히 주거공간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다. 이런 흐름은 실 내 인테리어와 리빙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지만 주거공 간의 근본적인 변화로까지 확대될 수는 없었다. 반면 이웃 나라인 일본의 도쿄는 주택이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 기 힘들 만큼 변화와 발전을 이룬 도시다. 계기는 묘하게도 1945년이다. 제2차 세계대전의 결과로 전쟁 중 많은 집이 전소됐고, 일본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내 집 마련을 독려 했다. 처음에는 우리와 같은 정부 주도의 하향식 도시설계 로 시작했지만 버블경제를 거치면서 중산층의 단독주택 구 매욕구가 커져 주민들이 동네의 주거양식을 결정해 도시환 경이 변화하는 상향식 도시설계로 전환됐다. 여기에 우리 가 2~3년꼴로 자동차를 바꾸듯이 30년마다 집을 다시 짓 는 일본의 생활풍속이 더해졌다. 단게 겐조와 시라이 세이 이치 같은 건축가가 모더니즘과 전통을 합성하는 방법을 모 색했고, 담론을 통해 비판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쳤다. 인구 과잉과 환경오염, 자연재해, 정보기술 등 도시와 기술의 발 전에 따라 이를 받아들이고 거대도시라는 공간이 가진 제 약에 대한 독창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 일본에 프리츠커 상 수상자가 많은 것도 이런 풍토와 과거 덕분이다. 1995년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안도 다다오나 2013년 수상자인 이 토 도요 역시 1970년대에 소규모 주택을 설계하면서 건축 가로 출발했다. 소형주택 설계 의뢰를 통해 다양한 건축 실 험이 가능한 덕분이었다. 그 결과 일본 건축사의 고전이 여 럿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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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Terunobu Fujimori ‘Leek House’, 1997 Photo by Akihisa Masuda. 2, 4 <The Japanese House: Architecture and Life after 1945> Installation View, Barbican Art Gallery, Photo by Miles Willis / Getty Images. 3 Toyo Ito ‘Silver Hut’, 1984 Ⓒ Tomio Ohashi. 5 <The Japanese House: Architecture and Life after 1945> Installation View, Barbican Art Gallery, Photo by Miles Willis / Getty Images.  6 <The Japanese House: Architecture and Life after 1945> Portrait of Architect Terunobu Fujimori, Barbican Art Gallery, Photo by Miles Willis / Getty Images. 7 Keisuke Oka ‘Concept Drawing for Arimaston Building’, 2000 Ⓒ Keizo Kioku. 8 Hideyuki Nakayama ‘O House’, 2009 Ⓒ Mitsutaka Kitamura.

 

이런 주택의 변화와 삶의 공간에 대한 일본 건축가들의 철 학을 체험할 수 있는 전시가 국 런던의 복합예술센터인 바비칸 센터의 바비칸 아트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일본 주택: 1945년 이후의 건축과 삶>전이다. 6월 25일까지 열 리는데 이후 자리를 도쿄국립근대미술관(MOMAT)으로 옮겨 7월 19일부터 29일까지 개최된다. 안도 다다오와 이 토 도요, 세지마 가즈요(SANAA), 단게 겐조와 같은 프리츠 커상 수상자부터 유명 현대건축가인 이시야마 오사무, 사 카모토 가즈나토, 시노하라 가즈오, 젊은 건축가인 나카야 마 히데유키, 곤노 치에 등 일본 건축가 40여 명의 건축물을 엿볼 수 있다. 관람객이 사진으로만 일본의 건축물을 감상 하는 것이 아니라 전후 일본인들의 복장과 가족 구성의 변 화, 당대의 화와 드라마 같은 일본 문화와 함께 감상한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1:1 규모의 주택 2채다. 실제 주택을 지어 공간과 생활양식을 관객이 직접 경험하도록 준비했다. 두 채의 주택은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니시자와 류에(SANAA)의 대표작인 모리야마 주택과 후지모리 테루노부가 설 계한 오두막이자 다도공간이다. 2005년 준공된 모리야마 주택은 도쿄 오타 구에 위치해 있다. 은둔형 외톨이를 뜻하 는 히키코모리이자 오타쿠인 야스오 모리야마가 의뢰한 주 택이다. 모리야마는 창문이 전혀 쓸모없다고 생각해서 50 년 동안 어두컴컴한 집에서 살았다. 책과 음반, 상물 같은 막대한 양의 애장품을 보관하는 방을 어둡게 유지하기 위해 창문을 모두 닫고 생활했다. 본래 주문도 창문이 하나도 없 는 폐된 집을 지어달라는 것이었다. 니시자와는 다른 설 계를 제안했다. 이웃과 함께 노지를 텃밭이나 공원으로 활 용한 동네에서 태어나고 자란 모리야마를 위해 담장이 하 나도 없고 이웃과 정원뿐만 아니라 생활 동선이 겹치는 독 특한 주거환경이었다. 1층과 2층, 3층짜리 건물이 뒤섞여 있고 한 세대부터 최대 여섯 세대까지 살 수 있는 구조이기 도 했다. 동네주민이 모리야마 주택을 가로지르며 거주자 들에게 반갑게 인사도 건넬 수 있었다. 모리야마는 이를 흔 쾌히 받아들고, 건축가에게 이 집의 첫 번째 세입자를 찾 아달라고 했다. 니시자와는 배우, 잡지 에디터, 젊은 건축가 등 공간을 제대로 활용할 것 같은 자신의 지인들을 추천했 다. 이 모리야마 주택은 개인 사생활과 공동체 생활에 대한 고민의 결과다. 바비칸 센터는 이런 의미를 그대로 담기 위 해 니시자와와 협력해 전시장에 외부 정원으로 구분된 10 개의 개인 공간을 만들었다. 또 모리야마를 위해 그의 취향 을 전시장에 그대로 옮겼다. 관람객은 가구가 완비된 모리 야마의 개인공간과 공동정원에 들어갈 수 있다. 모리야마 주택을 지나면 후지모리 테루노부의 새로운 건축물을 만날  수 있다. 건축역사가이자 건축가인 후지모리는 지역의 토착 자재와 사랑스러운 형태의 구조물로 유명하다. 지상 3m 지 점에 <이웃집 토토로> 같은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올 법한 하늘에 뜬 다양한 형태의 차실(茶室)을 짓거나 도토리 모양 의 어린이 미술관, 지붕에 부추를 심어 늦여름이 되면 흰 부 추꽃이 지붕에 만개하는 니라하우스 등을 설계했다. 후지모리는 바비칸 센터의 전시를 위해 그의 작품 중에서 가장 큰 차실을 디자인했다. 정원도 조성했는데 밤나무와 회반 죽, 구리, 도자기, 이끼 등의 재료로 관객들이 자연과 교감 하도록 만들었다. 차실은 목재와 진흙, 동판을 이용해 사람 이 직접 하나하나 작업하는 후지모리의 기존 작업처럼 손 으로 깎은 목재를 과하게 그을려 풍파를 잘 견디도록 고안 된 야키스기 기법을 사용했다. 이런 동화 속 공간은 ‘와비 사비’라는 투박하고 조용한 상태를 가리키는 일본의 미학 적 개념을 구현한 것이다. 소박함을 통해 일종의 깨달음을 전달하기 위함이다. 바비칸 센터는 이런 일본 주택의 기념 비적인 건축물을 이해할 수 있도록 모형과 드로잉, 사진, 상 등 200개 이상의 작품을 전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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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제공 바비칸 센터(www.barbican.org.uk)


EDITOR  AHN SANG HO

출처 헤리티지뮤인 2017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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