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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 LIFE

우리가 꿈꾸는 어떤 날들

하연지 디렉터가 기억하는 ‘엄마’는 주말이면 경양식집에서나 쓸 법한 커다란 접시에 돈가스와 마카로니 샐러드를 함께 차려내고, 와인잔에 포도주스를 따라주는 사람이었다. 따뜻한 기억은 따뜻한 시간을 낳는다. 구름바이에이치 하연지 디렉터가 말하는 나의 사랑, 나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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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연지 디렉터가 입고 있는 옷은 2월 말에 론칭할 구름 바이에이치 우먼 컬렉션이다. 집에서도 편하게 입을 수 있 으면서, 간단한 액세서리만 걸치면 드레스업용으로도 기 능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티셔츠와 바지, 스커트, 카디건 등 기본 아이템을 한 달에 2회씩 새롭게 선보이며 한정 판 매할 예정이다.

 

페미보어(Femivore), 홈스테더(Homesteader), 엄마 블로거, 푸디 문화, 여피, 애착 육아. 이런 단어가 익숙하다면, 이미 ‘새로운 가정의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이다. 미국의 언론인이자 작가인 에밀리 맷차는 논픽션 <하우스 와이프 2.0>을 썼고, 2015년 초 미메시스 출판사를 통해 한국에 소개됐다. 책은 ‘새로운 가정의 시대’를 사는 2세대 가정주부들의 사례를 흥미롭게 소개한다. 아이들과 남편 뒷바라지를 하고 남는 시간에 아침 드라마를 보는 어머니상이 아니라, 살림을 지상 최고의 낙으로 삼아 자발적으로 즐기는 여성들이다. 뜨개질과 손바느질 같은 옛날식 수공예는 물론이고, 무엇이든 직접 조리해 먹는 신종 DIY 푸디 문화를 따른다. 본인의 육아와 살림 노하우를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의 SNS상에서 활발하게 공유하는 것도 이들의 특징. 구름바이에이치(Gurm by H)의 하연지 디렉터는 한국의 ‘하우스 와이프 2.0’ 세대의 모습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현재는 키즈 & 리빙 편집 매장 구름바이에이치를 운영하고 있지만, 결혼 후 둘째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 전업주부로서의 삶을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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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 독일의 친환경 브러시 레데커 등 집안 곳곳에는 살림꾼 면모를 알 수 있는 아이템이 가득하다. 평소에 사용하지 않으면서 장식용으로만 쓰이는 물건은 사지 않는 편이다. 4,5 흰 캔버스 같은 공간에 빈티지 가 구와 컬러풀한 현대적 가구를 배치해 클래식함과 모던한 감성이 조화를 이룬다. 

 

현대적인 여성상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현모양처’가 오랜 꿈이었다고. 첫아이 돌잔치 때 직접 한복을 해 입힐 정도였고, 생일이나 할로윈 같은 기념일이면 완벽하게 파티 데커레이션을 준비하고 손바느질을 배워 인형도 만들었다. 이런 성정을 갖고 있는 이들은 대부분 유년 시절의 기억이 좋은데, 하연지 디렉터도 그랬다. “어머니는 계절이 바뀌는 기색이 느껴지면 조금이라도 집 안 장식을 바꿨고,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식구들이 한데 모여 트리 장식을 했죠. 지금처럼 세련된 인테리어는 아니었지만, 소소한 상황에서도 즐거움을 찾으셨다고 할까. 그때의 기억이 너무 좋아 아이를 낳으면 직접 뜨개질한 옷을 입혀야겠다, 그런 로망이 있었어요.” ‘싸이월드’ 시절부터 육아와 살림에 관한 이야기를 기록하던 습관이 있었는데 SNS 시대가 만개하니,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했다. 해운업에 종사하는 사업가 남편은 부인의 재능을 알아보곤 일을 해보라 제안했고 함께 일하게 됐다. 최근 진행한 이벤트 이후 물건의 진가를 알아본 이들이 많아졌다. 티셔츠 한 벌 값에 네 벌의 옷을 넣고 ‘럭키박스’라 이름 붙였더니, 한 시간 만에 천 박스에 달하는 주문량을 기록했다. 홍보비로 쓸 돈을 제품 체험비로 돌린 셈인데, 좋은 물건을 ‘득템’하면 자랑하고 싶어서라도 SNS에 업로드하는 요즘 엄마들의 덕을 많이 봤다. 독일의 친환경 브러시 브랜드 레데커, 방앗간집 며느리가 빚는 해남 참기름, 타월가게봄(TWB)과 자체 제작한 페이스 타월 등 하연지 디렉터가 깐깐하게 고르고, 직접 사용한 후 평이 좋은 물건을 판매한다. “유행하는 제품을 바잉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써본 후 권하기 때문에 엄마들이 공감을 많이 하시죠. 살림을 하면서 필요한 물건인데 한국에서 찾을 수 없었던 것을 소개하거나, 직접 만들기도 해요. 프리미엄 타월을 만들어보고 싶던 차에 타월가게봄의 대표를 알게 되었어요. 한국에서 타월은 아직까지 판촉물 개념이지만, 그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죠.” 일반적으로 집에서 쓰는 타월은 160g 내외지만 타월가게봄에서는 200g 중량의 타월을 제작, 부드러운 촉감으로 물기를 잘 흡수하고 건조력이 좋다. 숍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덴마크 오가닉 유아동복 브랜드 스마포크로 독점 계약을 맺었다. 외출복도 멋보다는 마음껏 놀기에 아이들이 편안해하는 옷을 판매하고, 실내복 위주의 옷이 많다. 집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연관된 제품을 판매하는 식으로 보다 세밀하게 편집숍 개념을 잡았다. “국내에는 분명한 콘셉트를 가진 편집 매장이 많지 않아요. 우리 아이에게 입히는 옷, 우리 집 살림에 쓰는 제품을 소개하는 생활용품 편집 매장인 거죠. 스마포크 보디 슈트는 첫 아이를 낳았을 때 시부모님이 북유럽 여행을 다녀오신 후 선물로 주셨어요. 첫째가 크면서 한참 잊고 있다가 둘째를 낳았을 때 당시의 옷을 입혔는데 시간이 오래 지났음에도 좋더라고요. 그래서 판매를 해봐야겠다 생각했죠.” 방배동 서래마을에 위치한 현재의 집에 정착하기까지는 일곱 번 이사를 했다. 결혼 직후에는 시부모와 함께 살았고, 뉴욕에서 잠시 살기도 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의도치 않은 이사를 하며 배운 것도 많다. 집집마다 구조와 사이즈가 다르니 살것도, 버릴 것도 많았다. 아무리 좋은 물건이더라도 활용하지 못하면 쓸모 없음을 알았다. 잦은 이사로 소비의 기준이 정립된 셈이다. 멋진 디자인의 가구를 보는 건 좋아도, 거의 구입하지 않는다. 침실에도 침대 하나와 책을 꽂아둔 낮은 책장 정도가 전부고, 거실에도 소파와 커피 테이블 외에는 가구가 없다. 모던하고 클래식한 아이템이 중첩되며, 전체적으로 미니멀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주는 공간이다. 거실에 놓을 커피 테이블은 신중하게 골랐다. 가구는 한번 들이면 쉽게 물리기 힘들기에 오래 쓸 수 있는 좋은 소재의 제품을 산다. 특히 나무 가구의 경우 나무의 결과 재질, 무늬 등이 하나하나 다 다르기에 발품을 팔지 않으면 제대로 고를 수 없다. 결국, 모벨랩에서 마음에 쏙 드는 디자이너 무명의 빈티지 가구를 만났다는 그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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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소소하게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던 시절부터 두 아이 와의 일상을 사진으로 찍어 올릴 때면, 하루에도 몇 번 씩 “어디서 샀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현명하게 고른 물 건을 유용하게 사용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집 안 곳곳에 서 느낄 수 있다. 3 큰 TV와 소파를 들이는 순간, 획일적 인 거실 풍경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동이 간편한 셰리 프 TV를 두었고, 한쪽 벽면의 수납장에는 기타를 쳤던 남 편이 오랜 시간 모아온 CD를 진열해두었다. ‘소피아’ 공 주 복장을 하고 해맑게 뛰고 있는 둘째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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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컬러풀 한 소파 하나와 거울로 멋스럽게 연출한 자투리 공간. 5 모벨렙에서 구입한 빈티지 테이블 아래로 페르시안 카펫 을 깔았다.

 

하연지 디렉터는 대학 시절, 조소를 전공했다.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 자체가 좋고 디자인적 시각에는 밝은 편이었지만, 작가로서의 삶은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다. 졸업하자마자 도전한 것은 의류 쇼핑몰이다. 2005년, 젊은 사람들이 소규모로 온라인 창업을 시작했던 이른바 ‘온라인 쇼핑몰 1세대’였다고. 지금 구름바이에이치의 밑거름이 된 시절이라고 말한다. “행복이라는 가치는 커다란 게 아니라, 일상에서 순간순간 찾아오는 느낌같은 거라 생각하는데, 그 말이 입 밖으로 처음 나온 게 그시절이었던 거 같아요. 동대문 시장에서 옷을 구입해 집으로 가는 길이었는데 손가락 사이로 바람이 스윽~ 스쳐가는 느낌까지 아직 생생하게 기억해요.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 시작했고, 처음으로 내가 돈을 버는 어른이 되었구나.” 짧은 시간 만났지만, 긍정성과 낙천성이라는 좋은 성정이 느껴졌다. 처음 돈을 벌었던 젊은 시절, 전업주부로 살았을때 엄마로서의 역할, 그리고 워킹맘으로 사는 현재까지 한결같이 즐거울 수 있는 것은 그 때문이리라. 촬영 당일, 인스타그램에서 종종 ‘#구름이네 동동보’로 소개되는 둘째 아이를 만났는데, 엄마를 꼭 닮아 사람을 가리지 않고 싱글벙글 웃는 얼굴을 보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아이 육아의 원칙은 엄마와 아이 간의 애착 관계를 중시하는 것, 그리고 ‘원칙’을 두지 않는 것이라 말한다. “첫아이 때는 저도 유기농 음식 같은 좋은 것만 먹이려 했어요. 그런데 제 라이프스타일이 그렇다면 몰라도, 아이에게만 그런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이상하잖아요. 규율을 정해놓는 것이 저와 맞지 않아 아이들과 자유롭게 편안하게 지내는 것을 제일로 삼았어요. 식탁 예절도 어느 정도 커서는 필요하지만, 어린 지금은 강요하지 않아요. 삼시세끼 때 맞춰 먹이는 게 아니라, 졸릴 때는 자고, 먹고 싶을 때 먹게 하니 엄청 잘 먹어요.(웃음) 그래서 그런지 둘째는 흙탕물에서 뒹굴고 놀다가도 침대에 픽 쓰러져 자곤 해요. 올해 목표 중 하나가 일과 가정의 균형을 잡는 거예요. 모순적인 것이 아이들과 집에서 함께 보내는 시간이 좋았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일을 시작하게 된 건데 정작 아이들과의 시간이 많이 줄었어요. 일주일에 하루 혹은 이틀은 온전히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을 가지려 해요. 그렇게 되려면 정말 많이 노력해야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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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KIM MAN NA    

PHOTOGRAPHER  KI SUNG YUL

출처 헤리티지뮤인 2017년 3월호
본 기사를 블로그, 개인홈페이지 등에 출처를 밝히지 않거나 기사를 재편집하여 올릴 경우 발생되는 불이익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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